범죄기록 그리고 자유

Philosophical walk

범죄기록 그리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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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기록이 생겼다.

살인, 강간 등과 같은 중범죄의 범죄가 아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날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두 사람이 동시에 있었던 거지

한국에서 정당방위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상대가 먼저 나를 공격해도 이에 맞 받아 친다면 서로 나란히 폭행죄로 법정에 선다

나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1심에서 패소, 이에 불복해 항소 그리고 상소까지 갔으나 1심에서의 벌금형에는 변함없었다.

2년여간의 법정싸움. 돈은 돈대로 나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후회와 걱정 속에서 나는 괴로워 했는가.

난 이제껏 한 차례의 어떠한 범죄기록도 없는 일반 시민이였는데.

외국 출장이 잦은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을까.

 폭행 전과의 기록이 사멸되는 몇 년 후에 다시 비자를 신청하라고 대사관에서 연락 받았다.

원심에 불복해서 상고까지. 결국 벌금을 납부했다.

나는 진실만을 이야기 했으나 여러 판사들과 사무관들은 내게 유죄를 내렸다

그들은 내 진실됨에 거짓을 보고 유죄를 내린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이 법리적으로 옳지 못했기에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겠지.

처음부터 상대에게 맞고 경찰에 신고를 했었더라면, 그냥 경찰조사에서부터 처음부터 합의하고 검찰까지 사건이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회들. 하지만 이제 이미 지나간 또 하나의 과거일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그저 계속 인생을 살아갈뿐.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모든 것이 생소한 사법 절차.

경찰조사에서부터 변호사와 만남 그리고 재판에 출석하기까지.

처음 경험한 재판장의 엄중한 분위기와 그 자리에서 나를 변호하는 것. 내가 쓴 글을 재판장에서 읽어가며 나를 변호하는 것.

어쩌면 단조롭기만 했던 내 인생에 운명 같은 시련이였을까.

이따금씩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것에 그리고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쳐 내 일상을 방해하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 모든 과거의 것들을 무뎌지게 만드는 시간의 힘 앞에서 과거의 여타 많은 시련들이 그래왔듯 더이상 나를 옭매지 않는다.

 

범죄기록은 역설적으로 내게 정신적 자유를 주었다.

강박적으로 법을 준수하며 끊임없이 법을 준수하는 삶에서 오는 불안감 : 내가 잘못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조금이라도 법에 어긋나는 행동에 도덕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고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든 나의 이 강박증에 숨 쉴 틈을 준 것이다.

부당한 처벌에, 판결에 나는 더 이상 착하게 살지 않고 이제는 범법자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강박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것에 기인한 나를 끊임없이 불안케 하던 두려움에서

나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던 무자비한 도덕성이 주는 수치심에서 나는 이제 한결 가벼워 질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간 도덕적으로 살아왔던, 법을 준수하며 살아왔건. 한 번의 실수로, 한 번의 운수 좋지 않은 날로."

 

세상에는 마법을 지닌 말들이 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간단한 말로 수 년에 걸친 소송과 비용 그리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인생의 대부분의 일들은 이런 간단한 마법을 지닌 말에서 쉽게 해결된다

이는 일종의 삶의 지혜로, 만약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나는 그대가 현명한 마법사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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